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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기

호치민 대통령궁 데탐 신카페 거리 시장골목 볼거리

시장골목을 끼고 자리잡은 호텔이라 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시계알람의 도움 없이도 제시간에 일어날 수 있었다. 창문 밖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시내투어를 직접 돌 것인지, 여행사 프로그램을 이용할 것인지를 망설이는 사이, 여행대행업을 겸하고 있는 호텔측에서 가이드와 함께 투어할 것을 강권한다. 아울러, 하롱베이 등의 일정도 같이 예약할 것을 권한다. 일단 가격 정보도 알겸 해서 가격조사 차원에서 물어보니, 다른 일정들은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하롱베이는 꽤나 비싼 값을 부른다. 그리고 시내 투어를 13USD에 하라 한다. 내가 알기론 10USD인데 너무 비싸지 않냐니, 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말로 대신한다(이번 여행을 통해서 이런류의 대답을 자주 접하였다, 똑같은 프로그램을 너보다 비싸게 여행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으니 손해보는 것이 아니다???). 김군과 '우리 1~2USD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라고 의견을 교환하는 중에 이미 시내투어 계약서를 작성하는 담당직원. 잠시 황망스러움을 뒤로 하고 김군과 함께 외친다. "베트남의 경제를 위하여~" 
 

 


시내투어 차량이 호텔에서 픽업해서 도착한 곳은 신카페, 입구에 시내투어 10USD라는 안내가 빨간띠를 두르고 두 주먹을 단단하게 움켜쥐고 궐기하듯 너무나 또렷하게 인쇄되어 있다. 다시 한 번 어이없는 웃음과 함께 외친다, "베트남의 경제를 위하여~!!!"

 


픽업 차량은 각 각 호텔을 돌며, 가이드와 함께 프랑스 가족 4명, 뉴질랜드 커플, 베트남 부부를 태우고 가장 먼저 바딘광장에 있는 호치민묘소로 향했다. 다들 연배가 있는 데 반해 우리는 30대 중반이라는 너무 젊은 나이(?)로 인하여 평균연령을 확 낮추어 버리고 말았다, 소위 자유여행이라면서 게으름 탓에 발로 뛰지 않음을 잠시 반성. 프랑스인은 프랑스어를 가르키는 선생이라 자신의 제자중에 한국학생이 많은데다 자신의 친한 친구가 한국여자와 결혼을 해서 한국에 다섯 차례나 와봤다며 호감을 표하고, 우리네 음식을 줄줄 외운다. 뉴질랜드인은 외국인에게 영어를 가르키는 선생이라 역시 한국 학생에 대한 이해가 높다 하는데, 자기 소견으로는 한국사람이 좀 게으른 거 같다는 믿기 어려운 의견을 피력하기는 했지만, 반갑게 대해 주어 편안한 동행인이었다.

 



호치민묘는 월,금요일에는 개장을 하지 않는데다, 평일에도 12시 정오까지만 개장을 하는데, 마침 일요일이라 현지인들과 외국인이 뒤섞여 벌써 수백미터에 걸쳐 길게 줄을 서고 있다. 긴 줄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가만히 있어도 줄줄 땀이 흐르는 것이 동남아지방에 왔음을 느끼게 하여 준다. 가방이며 카메라를 모두 가이드에게 맡기고, 간단한 복장검사와 검시대를 거치고 입장한 호치민묘. 망자에 대한 예를 갖추기에 소매없는 나시를 입어서도 안되며 대화를 나눈다거나 주머니에 손을 꼽고 있거나 팔짱을 끼고 있으면 어김없이 군인들이 제지를 한다. 이윽고 호치민의 시신을 대하게 되었다. 은은한 불빛을 받으며 마치 밀납인형처럼 조용히 누워있는 그의 모습에서 민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고집스러움이 느껴진다. 의외로 그의 모습을 영접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아 1~2분이면 끝나 버려 아쉬움이 남는다. 나오는 길에, 살아서도 베트남의 독립과 영광을 위해 희생하였건만, 그의 유언대로 화장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몇 촉짜리 백열등 아래서 평안히 쉬지 못하는 것이 과연 그를 존경하는 표시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호치민묘를 나오면 노란색으로 지어진 이쁜 대통령궁이 나온다. 이전 프랑스 통치시절 총독이 기거하던 장소라 하는데, 노란색으로 지어진 이유는 베트남에서는 이 색이 화합과 권위를 상징하기 때문이라 한다. 베트남 국기도 붉은 바탕에 노란 별로 이어진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고, 실제로 많은 관공서들도 노란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길을 따라 걸으면 호치민의 소박한 생가를 볼 수 있고 그가 집무하면서 사용하던 물건들도 언제라도 제 주인을 기다리듯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사실 그의 업적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나같은 이방인에게는 큰 의미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사뭇 진지하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생가를 돌아나오면 바로 하나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그 이름이 명명된 일주사(一柱寺)가 나온다. 전설에 의하면 Ly Thai Tong 황제가 자손이 없었는데, 꿈에 부처님이 연꽃을 타고 나타나서 사내아이를 건내주어, 평민 처녀와 결혼하여 후사를 얻은 것을 기념하여 지었다 한다. 주위에는 연꽃이 가득한데 이 절 역시 연꽃을 형상화하였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분명 나무로 기둥이 되어 있었을 터이지만 잦은 전쟁과 화재로 인해 지금은 허연 콘크리트로 대신하고 있다. 독특한 양식인데다 예술적 가치마처 느껴지건만 허연 콘크리트 기둥 탓에 되려 흉물로만 비춰졌다면 나의 지나친 비하일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호치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건립한 현대식 호치민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안에는 호치민의 동상이 반기고 있고, 그의 발자취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역사와 현대미술품 같은 것도 동시에 전시를 하고 있는데, 어느 한 주제가 아니라 여러 분야를 다루다 보니 다소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베트남 박물관의 특징은 일반 입장료와 달리 사진 및 비디오 촬영을 할 시에는 더 많은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일반 입장료를 내고 들어와 사진을 촬영한다 하더라도 크게 제지하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 가이드인 항(Hang)은 이름의 뜻이 하늘에 떠 있는 달이라 하는데, 내 이름이 "Moon"이라 하니 반가워 한다. 이 21살 먹은 처자는 눈이 마주칠 때마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쉼없이 설명해주기에 한 편으로는 고맙기도 하지만 역사에 대한 내 이해력의 한계로 인하여 부담스러워 슬금슬금 피해다니기도 하였다. 미안~

오전 일정의 마지막으로 조금 거리가 떨어진 민족학 박물관으로 향했다. 베트남의 85%를 구성하고 있다는 베트남족(월족 혹은 비엣족) 외에도 타이족, 크메르족, 중국인, 인도네시아인 등 복잡한 50여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다양한 볼거리를 내심 기대했는데, 박물관은 주로 고산족의 풍물 등을 주로 옮겨 놓아 생각처럼 큰 호기심을 채워주지는 못했다. 다만 박물관 바깥에 구성해 놓은 타이족의 주거지들은 나름대로 볼만하였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다시 신카페에 들러 점심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한 후, 프랑스 가족과는 이별을 고했다. 대게가 비슷한 일정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한 번 인연을 맺으면 나중에 그 일행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하롱베이에서 오고 갈 때 또 마주쳤고 만날 때마다 기분좋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오후에는 인원이 줄어 미니버스가 아닌 예정에 없었고 사전에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일반 택시로 이동하게 되었다. 이런 면에서는 뭐랄까 베트남에 대한 신의가 조금은 삭감되지 않나 싶다.

공자 등을 모신 유교 사원이자 베트남 최초의 국립대학인 문묘에서 오후 일정이 시작되었다. Ly Thanh Tong 황제에 의해 1070년에 세워져 1076년부터는 우리네 고려시대의 국립대학인 국자감과 같은 Quoc Tu Giam으로 사용되었다 한다. 이 곳 역시 한자 문화권이라 온통 한자로 되어 있어 흡사 중국에 와있지 않나 하는 착각에 빠잘 정도였다. 경내에는 공자의 상과 위패도 있고, 이 곳에서 과거에 급제한 사람들의 이름을 거북등 위의 비석에 새겨져 있는 82개의 비문도 볼 수 있었다. 특히 베트남은 그들의 건국신화와도 관계가 있는 거북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곳의 거북이 머리를 쓰다 듬으면 큰 행운과 장수를 누릴 수 있다 한다. 어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여러 거북이의 머리를 대머리처럼 반질 반질할 정도로 쓰다듬어 주었다.

 



시내 투어에서 빼놓지 않는 현지 시장투어. 그 규모가 호치민에 있는 벤탄시장이나 빈떠이 시장에는 못 미치는 듯 싶다. 베트남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활발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고 유명 OEM의 제품을 생산하는 국가라 THe North Face가방이 정식루트가 아닌 비정상적인 경로로 많이 빠져나온다는 말을 들은 바 있어 30L짜리 가방을 깍아서 12USD에 구입할 수 있었다. 말만 잘 하면 10USD에도 가능할 것 같았는데, Hang 얘기로는 이 것도 나쁜 가격은 아니라하기에 구입을 해서 여행 내내 요긴하게 잘 사용하였다.

신카페로 돌아와 여기서 제시하는 투어 프로그램이 그다지 비싼 거 같지 않아 나머지 일정을 모두 여기에서 예약하였다.

하롱베이/갓빠 1박 2일 big group/Hotel 투숙 + A/C ----- 15USD
사파 4박 3일 모든 식사/soft sleeper/가이드 포함 ----- 65UDS
호아루 - 닌빈(땀꼭 투어) ----- 12USD

이로서 공식적인 하노이 일일투어는 여기서 끝...
하노이 일일투어는 가격 대비 비추이기는 하지만 운송수단을 이용하고 방향을 잡는데 서툰 사람에게는 괜찮은 투어가 아닌가 싶다.